우리나라에 "개인 홈페이지"라는 게 처음으로 보편화 된 것은 아마 PC통신 후반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PC통신의 후반"이란 PC통신에서 ADSL로 넘어가는 시기를 말한다.

기존에 PC통신은 주로 자신의 서비스업체(예:천리안, 네티앙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에서만 활동하는게 기본이었는데, ADSL이 공개되고, 인터넷 요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는 "홈페이지"가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에 따라 기존 서비스업체들이 제공하던 서비스들은 포탈사이트가 대체했고,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들이 많이 늘어났다. 일단은 네이버등의 업체에서 "마이홈"과 같은 서비스를 시작한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홈페이지를 올릴 수 있는 계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마법사"같은 서비스로, 미리 제작된 템플렛을 이용해 개인 홈페이지를 꾸미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HTML이나 JAVASCRIPT를 모르는 컴퓨터 초보들도 손쉽게 인터넷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홈페이지 마법사"를 통해 인터넷을 접한 많은 유저들의 "나만의 독특한 홈페이지를 꾸미고싶다"는 욕망에 힘입어 등장하기 시작한게 바로 CGI서비스다. CGI는 뭐, 간단히 게시판, 방명록같은 걸로 알아 놓으면 될 듯 싶다. 이런 CGI서비스는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것도 있었지만, 자신의 계정에 설치할 수 있는 세팔보드, 이지보드, 제로보드 등의 설치형CGI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하지만 설치형CGI는 CGI를 지원하는 계정이 필요한데, 이런 계정은 구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유료계정을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은 대부분 이런 설치형CGI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지보드는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음)

이렇게, 개인 홈페이지 열기는 식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 개인 홈페이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이 있었으니, 이게 바로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일촌"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당시 막 시작되던 아바타 붐에 힘입어 엄청난 성장을 했다.
요즘은 왠만한 연예인들부터 정치인들까지 싸이를 할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지.

하지만 따지고보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기존의 "홈페이지 마법사"와 별 다를게 없는 서비스다.
그저 겉모습만 바뀌었다 뿐, 알맹이는 비슷하는 말이다.

그리고 싸이월드와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Blog)가 등장한다.
물론 블로그가 처음 등장한 건 1997년 경이었지만, 우리나라에 보편화 되기 시작한 건 싸이월드와 비슷한 시기라는 것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은 블로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웹(web) 로그(log)의 줄임말로,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새로 올리는 글이 맨 위로 올라가는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칼럼·기사 등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출판·개인방송·커뮤니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일종의 1인 미디어이다.

자, 그럼 본래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도대체 우리들에게 있어, 블로그는 무엇인가?

현재 블로그를 보면 크게 세가지로 그 형태가 나뉘는 것 같다.
    1. 블로그를 개인 홈페이지의 연장선으로 이용하는 부류 (나같은 부류)
    2. 블로그를 상업적 혹은 정보제공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부류
    3. (1)과 (2)가 애매하게 섞인 부류

여기서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2)의 부류에 의해 (1)의 부류가 상대적으로 가려지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2)의 부류가 가진 영향력 때문에 (1)에서 (3)으로 넘어가는 부류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 자신의 표현하고 서로의 흥미를 교환하던 개인 홈페이지가 블로그로 넘어가면서,
점점 더 정보 위주, 상업 위주로 바뀌는게 아닌게 우려가 생긴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한 기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신문에 올리는 것처럼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치면,
사실 상 그 블로그는 개인 홈페이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특성상 블로고스피어에는 (1), (2), (3)이 섞여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특정 부류가 블로고스피어를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여기서 지배란 수적인 지배가 아닌 영향력의 지배다).
이게 과연 좋은 현상일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네이버와 같은 포탈업체가 서비스하는 블로그는 대체적으로 (1)부류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티스토리와 같은 쪽은 어째서인지 (2)쪽이 더 많다.
아마 티스토리는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로부터 시작했으므로 개인의 일기같은 형식보다는 좀 더 이득이 있는 행동으로 시작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이유야 어찌됐든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이런 비대칭적인 구조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최근 (2)부류의 영향 때문인지 별 이유도 없이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를 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블로깅을 통해서 이익을 얻어낸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행동은 아니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 블로그"라는 정체성을 잃어가는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블로고스피어의 실태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점검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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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사춘기 소년 2008/05/23 19: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세요, 엔즐님. 글 잘 봤습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정리 잘 해놓으셨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3의 경우... 안타깝기 보다는 좀 더 명확해지고, 투명해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엔즐군 2008/05/25 04:00  address  modify / delete

      잘 정리해놓았다뇨;; 과찬이십니다;;
      저도, 지금처럼 1,2,3이 뭉쳐진 블로고스피어보다, 어느정도의 경계선이 존재하는 블로고스피어로 발전해야한다고 봅니다. 결론은, 블로고스피어의 발전이군요 ㅎㅎ

  2. BlogIcon 엠의세계 2008/05/25 06: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확실한 건 싸이는 언젠가 쑤그러들지만, 블로그는 영원할 거라는거.... 웹2.0에 가장 걸맞는 툴이 블로그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을 개개인에게 맡기고 양질의(전 요즘 저질글을 쓰고 있지만요...ㅡㅡㅎㅎ) 정보를 생산하게 하는 시스템이죠^^

    • BlogIcon 엔즐군 2008/05/25 06:58  address  modify / delete

      싸이의 문제점은 사용자의 자유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있다는거죠. 솔직히 블로그가 영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제로보드가 다른 게시판에 비해 오래 남아있는 것처럼, 아마 블로그도 비슷하게 장수하겠죠. 게다가 블로그는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하니까요.ㅎㅎ

  3. BlogIcon 에코♡ 2008/05/26 10: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블로그가 그냥 좋던데~
    ㅋㅋ 재미도 나고,.ㅋ

  4. BlogIcon 아르미셸 2008/05/28 01: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싸이월드 미니 홈피와 비슷하게, 또 먼저 유명해졌던 것으로 프리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비슷한 개념을 보여주었죠(기술적으로 싸이에서 먼저 만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클럽과 미니홈피를 바탕으로 대세를 탔던 프리첼이 유료화를 선언했다가 대박 망하고 싸이월드로 권력이동이 발생한게 2002년 중후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나는군요.

    그와 비슷한 시기에 즈음해서 다음이 메일 유료화(엄밀히 말하면 온라인 우표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문제가 되던 스펨을 잡으려고 했었죠)를 선언했다가 1위 자리를 네이버에게 빼앗기고 네이버가 지식검색에 이어 블로그 서비스를 잘 굳혀나갔다고 기억이 듭니다.

    • BlogIcon 엔즐군 2008/05/28 04:34  address  modify / delete

      프리챌 쪽은 잘 모르겠네요... 그 시기라면 제가 한창 제로보드를 만지면서 놀 떄라..;; 그리고 네이버의 1위 탈환은 꽤 기억에 남는 일이었죠. 전 그 당시 엠파스만을 고집했는데 결국 저도 네이버로 갈아타게 되었고... 결국 엠파스도 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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